지난주 나의 첫 번째 직장에서의 생활이 끝이 났다. 약 1년 1개월 정도 다녔으니까 생각보다 짧은 기간에 퇴사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지난번 4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마치며 작성한 글을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민감한 부분이 있지만 작성해놓으면 당시의 생각을 돌아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불필요한 내용은 빼고 간단하게 회고록을 써보려고 한다.

첫 시작

작년 4월에 입사했는데 당시에 회사나 서비스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없었다. 앱의 베타 서비스가 2016년 3월에 출시되었으니 정말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주변에서도 내 결정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셨다. 그런데도 도전을 한 가장 큰 이유는

  • 스타트업을 경험해보고 싶다. 경력을 쌓고 나서 해봐도 되지만, 그때가 되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나 두려움이 더 많아질 것 같았다.
  • 메신저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현대인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메신저를 개발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동시에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 개발의 밑바닥부터 배포까지 해보고 싶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서비스해 본 경험이 없으니 모든 것이 궁금했다.

예상했었지만 짧은 기간의 사회생활은 다사다난했다.

뜻깊은 경험들

내가 작성한 코드 한 줄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학생 때와는 다른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 번은 복잡성이 높아진 코드를 리팩토링하다가 무언가를 빼먹기도 하고, 다른 분의 오류로 인해 새벽에 부랴부랴 디버깅해서 업데이트한 적도 있다. 나름 꼼꼼하고 신중하게 작업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테스트 코드나 코드 리뷰를 하는구나! 라고 느꼈다.

또한, 현업에서 사용하는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익숙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게 당장은 편하긴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GDG Korea Slack, 기술 뉴스, 커뮤니티 등을 통하여 살펴보고 짬짬이 혼자 연습해보았다. 마지막 즈음에는 Kotlin을 실무에 투입해보았는데 Java만 하다가 오랜만에 새로운 언어를 알게 되어서 그런지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가지 후회되는 점들도 있다. 어느 정도 생활에 익숙해지고 나서부터 여가 시간을 공부보다 개인적인 일에 더 소모했다. 내가 가진 단점들, 예컨대 소심함이나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주저하는 부분은 극복하지 못하기도 있다.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착실하게 수행했다고 생각하는데 지나고 보니 아쉬운 부분만 더 각인되는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 순간부터 이직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스스로도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그중 두 가지만 뽑자면

  • 스스로에 대한 한계점… 초기 스타트업의 특성상 사수가 없어서 코드를 올바르게 작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좋은 코드를 학습하기 위해 GitHub를 참고하긴 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은 떨치기 어려웠다.
  • 개발 문화에 대한 갈증…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즐겁게 일했지만 보다 체계적인 개발 문화를 겪어보고 싶었다.

막상 이렇게 자유의 몸(?)이 되니까 시원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요즘 워낙 다들 취업이 어렵다고 하니 나도 이 생활을 얼마나 하게 될지 감이 오질 않는다.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밖에도 돌아다니고, 요리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인생 한방을 위해 로또도 사고 아무 걱정 없이 즐기고 있다. 이력서도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다가 오랜만에 작성하려 하니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미리미리 업데이트하라고 하는가 보다. ;(

앞으로는?

자연스레 멍 때리는 시간에는 어떤 회사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작년만 해도 구직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좀 더 쿨하게 결정을 했는데 사회생활을 한 번 해보고 난 후라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그중 몇 가지 고민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를 보자면

  • 사용자에게 영향이 가는 직접적인 서비스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 내가 개발하면서 설렘과 재미를 느껴야 퍼포먼스도 잘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 주니어 개발자인 입장에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최신 기술을 이용하고 보다 나은 코드를 위해 의견을 나누는 곳에서 함께 커가고 싶다.
  • 회사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각 회사만의 장단점이 있고 어디든 발전이 있는 곳이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개발을 주로 해와서 다른 것도 도전해볼까 했지만, 아직까진 모바일 개발이 재미있다.

이제부터는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공부도 하고 가고픈 회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직장인에게 가끔 찾아오는 이 황금 같은 시간을 초조하게 보내지 말고 즐겁게 보내자! (뭔가 급 일기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