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즉, 9월 9일에 카카오 코드 페스티벌 본선이 진행되었다. 카카오에서 준비한 대학(원)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로 온라인 예선을 걸쳐서 오프라인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들이 참여하였다. 나는 대회 참가자는 아니고 STAFF로서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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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행사나 컨퍼런스에는 항상 관람자(?)로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가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듣고 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STAFF로 지원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 중 몇 가지만 뽑자면

  • 낯가림을 극복하고 싶다. 조금 심하게 가리는 편이라 익숙한 환경이나 사람들이 아니면 꺼린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기 때문에 천천히 줄여나가야 하는 두려움이다.
  • 프로그래밍 대회가 궁금하다. 이쪽에 실력이 없어서 참가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한 번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싶다.
  • 관람자가 아닌 진행자로서의 시점은 어떨까. 물론 처음부터 참여한 건 아니고 서포트하는 것이지만 새로운 배움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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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장소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렸다. 주말에 판교를 가는 건 처음이었는데 언제, 어디에서 가도 참 멀다… 도착해서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에 대회 장소를 둘러 보았다. 포토월에는 라이언, 무지, 콘의 거대한 프렌즈 삼인방이 함께 지켜주고 있었다.

우선 접수대에서 참가자들의 신청을 받았는데,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함께하는 크루들과 협동하여 무사히 마쳤다. 이러한 대회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참가자의 심정을 100% 이해한다고 할 순 없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일 거라 생각해 진심으로 응원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생기면 왜 이러한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을까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대학 시절 까지 거슬러 올라가 알고리즘 강의에서 눈물을 훔쳤던 흑역사도 떠오르고… 이처럼 자신이 없기도 했지만, 우선적으로 흥미가 덜했다. 나는 객체 지향적인 설계, 디자인 패턴 및 응용 도메인 영역 등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주로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지금까지 흘러왔다. 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선망의 대상처럼 잘 하고 싶다고 마음속 한 쪽에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조금씩 Codility 문제 풀이를 하는 것 같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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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시작되고 나서는 대회장 안에서 풍선을 나르고 다녔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신기했던 게 이 풍선의 역할이다. 각 문제당 하나의 풍선이 배정되어 있고, 문제를 푼 참가자의 자리에 해당하는 풍선을 놓는 것이다. 즉, 문제가 총 8개라면 모든 문제를 푼 참가자의 자리에는 8개의 풍선이 놓인다. 대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르고 다녔는데, 다들 집중하느라 모르시는 것 같았다.

스코어 보드에서는 실시간으로 참가자의 풍선 분배 현황과 대회 종료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대회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으면 스코어 보드가 프리징되고 더 이상 순위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장치들은 기발하면서도 대회의 재미와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인 것 같다. 만약 내가 참가자였으면 마음이 쫄려서 머리가 백지가 되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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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종료된 후, 다들 진이 빠질 만 한데 시작 전보다 더욱 활기차 진 느낌이다. 케이터링을 즐기면서 풀었던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렇게 이벤트와 시상식까지 마친 후에 카카오 코드 페스티벌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온종일 STAFF로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낯선 환경에서 준비하며 부딪히는 게 힘들긴 하지만 함께함으로써 얻는 새로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대회에 임하는 모습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으로 보였다. 또한, 예선부터 본선까지 오랜 시간 집중하는 열정이 멋있었다. 최근의 내 생활과 비교해보니 반성도 되고… 마지막으로 세상에는 참 날고 기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이 대회에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가정해보았는데 아마도 예선에서 떨어지지 않았을까…? ;(

스스로의 부족함을 다시 한번 느꼈지만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다시 한번 해본다. 몸은 피곤하지만 참여하길 잘 했다고 생각이 드는 하루다.